어제 저녁.
딱지군이 생각지도 않게 서울에 올라와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밥을 먹고있던 중,
비어있던 바로 옆자리에 어떤 남녀 한쌍이 앉았다.

한참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데
옆에 앉았던 여자가 남자에게 조심스런 제스쳐를 취하며 뭔가 얘기를 전했다.
그런데 남자가 못알아들은듯 큰소리로 "뭐? 목소리??" 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 라는 얘기에 내 귀가 번뜩 뜨였다.
원래 내 목소리가 남들과는 달리 좀 하이톤이라 목소리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었던터라
조심스런 여자의 행동도 그렇고, 나에 관한 얘기를 하는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혹시나 하며 그때부터 그들의 대화에 신경쓰며 딱지군과 밥을 먹는데
대화의 내용을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분명 내 목소리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남자가 "아~알겠다!" 하고선 여자에게 말대신 젓가락으로 몇글자쓰며 보여줬고
이윽고, 남자가 하는 말.
"쟤 일부러 그러는거 아냐? 일부러 그러는것 같애. 확 죽여버리고 싶다."


뭐? 죽여버리고 싶다고??
그래, 내 목소리가 일반인 평균치와는 좀 다르다.
그래도 지금까지 가끔 목소리 이쁘단 소린 들어봤어도 죽여버릴만큼 이상하단 소린 안들어봤다.
순간 머릿속에 별별 잡생각이 다 들었다.

나, 성질 더럽다.
내 친구들도 인정하는 욱하는 기질 있다.
정말 그 순간에 바로 그 인간한테 마시던 물 끼얹고 싶었다.

하지만,
딱지군이 옆에 있었다.
현재 중위로 군복무중인 딱지군이..
행여나 잘못되면...
제대도 얼마 안남았는데..

밥은 다 먹었지만 한참 앉아있었다.
딱지군이 안 일어나냐고 묻는데도 잠깐만이라고 말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뒤엎을까? 말까?'

결국,
참았다...
왜 그러냐는 딱지군의 질문에 나가서 얘기해줄께 하고선 그냥 나왔다.


딱지군에게 얘기하다보니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딱지군은 왜 그때 말하지 않았냐면서 분통터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나도 내 속에 울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이봐, 당신. 보아하니 30살쯤 되보이던데, 나이는 다 허투로 먹었니?
남의 목소리 따지기전에 당신 세치 혀나 간수잘해."

Posted by 보풀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