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길..

어떤 할머니께서 커다란 짐을 캐리어에 실은 채 버스에 힘겹게 오르셨다.
머리 숱도 얼마없이 새하얀데다가 허리도 굽어져 체구도 작으시고..
적잖이 나이가 많이 드신분 같았다.

어딘가에서 아마 장사를 하고 오시는가보다.
그 나이까지 삶을 꾸려나가기가 어찌나 힘이 드실지..
그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몇정거장 못가 할머니께서 내리려고 하셨다.
그런데, 가지고 계신 짐이 너무 버거워보여
누군가 같이 내리시는 분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그때 마침..
어떤 한 건장한 청년이 같이 내리려고 했다.
속으로 '아..다행이네, 저 남자분이 도와주겠네'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버스가 멈추고 그 청년은 할머니를 제끼고 제일먼저 훌떡 내려서 가버렸다.
오히려 뒤늦게 내리시던 어느 나이드신 아주머니께서 할머니 짐을 도와 내려주셨다.

그걸보면서, 그래..요즘 다들 너는 너, 나는 나 하는 세상이니까..
그나마 아주머니가 도와주셔서 다행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후 정말 씁쓸해진건..
그렇게 할머니를 모른 척 훌쩍 제끼고 갔던 그 남자가
가던길을 갑자기 멈추고 한 동물병원앞에 서서 강아지에게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을 봤다.


그 남자한테는 힘겨운 짐보따리 든 할머니는 안보여도,
살랑살랑 거리는 강아지는 가던길을 멈추게 할만큼 눈에 확실히 들어오는가보다..

그 모습을 보니..어쩐지..어쩐지 많이 씁쓸했다..
Posted by 보풀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