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을 두고 온것 같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선
느닷없이 장미꽃을 들고 나타난 딱지군.
꽃파는 곳을 지나치면서 문뜩 사주고 싶어서
지갑두고왔다는 거짓말을 하고선 다시 갔다왔다고..^^
몇번을 받아도 꽃을 받는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나 이렇게 특별한 일이 아닌데 갑작스레 받는 꽃은...
그래도 앞으론 돈 아껴야하니까
한송이만 사달래서 기분도 내고 돈도 아껴야지~^^
딱지군과 나..
우리가 함께한지도 어느덧 천일이 훌쩍 넘었다.
이제 그의 어느것 하나 익숙해지지 않은것이 없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눈웃음치며 웃는 모습..
그에게서만 나는 향기..
내손을 잡아주는 그 손의 촉감..
나와 대화를 나누는 그의 말투..
나를 바라봐주는 눈길..
내가 이럿듯,
그도 내가 익숙해졌을까..
그를보며 나와는 참 다른 사람이라고 여겼었다.
지금도 근본적으로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엔 변함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큰 고비없이 무난히 잘 지내온걸 보면
우리 사이의 조율점을 잘 찾고 있나보다.
(내가 그를 향해 내딘 발자욱보다
그가 나를 향해 걸어온 거리가 더 길어보이지만 말이다.)
결혼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딱지군에게 물었다.
나와 결혼하는데에 조금의 걱정이나 흔들림이 없냐고..
딱지군이 말했다.
"흔들리진 않지만 걱정은 되지.
보나마나 청소도 내가 많이 하게 될테고,
너가 밥을 매일 맛있게 하지도 못할테고..
거기다 말은 어찌나 안 듣는지..휴..
너 데리고 살 생각하면 걱정이다, 걱정.."
"그런데 안 흔들려?
청소도 잘하고, 밥도 잘하고, 말도 잘듣는 여자랑 할수도 있잖아."
"너니까.
그런 단점들을 가지고 있어도 내가 결혼하고싶은 사람은 너니까..
그러니까 어쩔수 없는거야."
나에게도 딱히 표현 못 할 확신이 있다.
이 사람과 함께 할것같은 느낌..
딱지군에게도 그런 느낌이 있었나보다.
프로포즈했던 바다여행에서 말해주길,
'몇 번 만나지 않았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거야,
이 여자 큰일났다. 나한테 시집와야겠네' 라고..
서로에게 익숙해져서인지,
아님, 정말 짚신도 제짝이 있는건지,
어쩌면 단순한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만큼은 우린,
서로의 반쪽이다.
지난주 금요일 오전부터 급작스레 몸이 안좋아 지는 바람에
오한으로 덜덜 떨고 목소리는 완전히 다른사람의 목소리가 되버렸다.
하필이면 근무하는 토요일이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출근준비하던 중에 딱지군에게 전화가 온다.
회사까지 데려다줄테니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잠시후, 집앞에 도착했다는 연락에 내려갔다.
그런데, 딱지군이 차 운전석이 아닌 보조석에서 내린다.
회사로 한참 가던중 물었다.
보풀양 : "아까 왜 이쪽(보조석)에서 내렸어?"
딱지군 : "음. 그냥.."
묻고나서 조금 있다 알았다.
감기걸린 내가 차가운 의자에 앉게될까 자기 체온으로 미리 뎁혀논거란걸..
얼마전, 둘이 차를 타고 가는길에
과일을 실은 트럭에서 홍시 파는걸 봤다.
지나가는 말로 홍시 맛있겠다라고 했는데
대뜸 사줄까 하곤 바로 한쪽에 차를 세우고 내린다.
조금 있으니 이내 와서는
나에게 검은 봉다리 두개를 건네준다.
내가 먹고 싶다 말했던 홍시 한 봉다리,
내가 먹으면 좋을것 같아서 같이 사왔다는 귤 한 봉다리..
내가 머리아프다 하면 기다리라고 하곤 얼른 약국찾아 약 사들고 달려와주고
같이 차 타고 가는길에 내가 잠이 들면 혹시 깰까 라디오 소리도 줄이는 사람.
연락도 없이 내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앞에서 몰래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내가 우울한 일이 있으면 웃게 해주려고 성격에 맞지도 않는 개그까지 하는 사람..
내가 웃어야 힘이 난다고 말하는 사람..
비록 이벤트도 해줄줄도 모르고,
멋진 데이트 코스를 잘 알지도 모르지만,
난 그런 딱지군이 좋다.
항상 꾸며지지 않은 마음으로 나를 대해주는 그가 좋다.
늘 변함이 없이 내 옆에 있어주는 그가 좋다.
덧붙여.
역시, 여자는 작고 사소한데에서 오는 감동에 맥을 못춘다..^^
임시공휴일..
딱지군과 놀러가려고 했던 계획이 어긋나버렸다.
그 바람에 딱지군과 티격태격했다.
집으로와 둘이 앉아 설탕뿌린 토마토 먹으며 DVD를 보고
근처 초등학교에 가서 저녁내기 배드민턴을 쳤다.
운동장 한켠 수돗가에서 찬물에 손을 씻고는 애들처럼 얼굴에 물을 튀겼다.
그리고 저녁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며 손을 잡고 걸어가는데
문득 그 사소로운 순간이 참 행복하게 느껴졌다.
조금전까지만해도 놀러 못갔다고 입이 댓발 나와있던 나는,
그저 일상을 나누는 작은 일로도 충분히 즐거워하고 있었다.
딱지군과 함께있다는게 즐거운 일이지,
딱지군과 뭘 하기때문에 즐거운게 아니라는 걸...
(그래도 놀러가는건 여전히 좋지만.... ^-^;;;)
나와 마음을 나누고 있는 사람과 함께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것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분명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