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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6   악몽같던 버스.. (1)


악몽같던 버스..
보풀의 나른한 일상 | 2009/02/16 02:40


대학로에서 친구와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녁에 만나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12시가 가까운 시각.
지하철을 타려는데 벌써 차가 없다고 한다.
하는수없이 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대학로에서 집까지 오는 버스는 102번 하나뿐이다.
친구와 헤어지면서 버스 한대가 지나가는 걸 바라봤는데,
후에 그 버스를 탔을걸 하고 후회했다.


버스정류장에서 한참을 서있으니,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발렌타인데이라 늦은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용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 친구에게 잘 들어가라는 문자를 보내고 mp3를 꺼내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차도 막히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 들으며
집으로 가는 버스안은 예전과 다를게 없었다.

그러다,
미아삼거리를 지날때 일이 벌어졌다.


쾅!!


버스는 급정거를 하고, 서있던 사람들은 순간 앞으로 쏠렸다.
아, 사고났나보다 생각이 드는 순간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
'어머, 사람쳤나봐'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내 눈엔 어떤 남자의 벗겨진 신발과 미동없는 발이 보였다.

이윽고,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중에 하나가 급히 119에 신고를 한다.
몇몇의 사람들이 앞으로 나와 창밖을 쳐다봤다.
난 겁이나서 자리에 앉은채로 더이상 창밖을 볼수가 없었다.

근처에 있던 경찰이 달려오고
구급차가 왔다.

버스는 길가에 임시정차하고
타고있던 모든 사람들이 내렸다.
내리면서 보니 버스는 앞유리창이 깨어져 금이 가 있었다.

다른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데
손발이 덜덜 떨렸다.
신랑에게 전화를 건 내 목소리도 떨렸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순간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바뀔수 있다는것이 겁이 났다.
그 사고를 당한 그 아저씨도 바로 전까지는 그저 일상이었을텐데 말이다.
오만가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뒤이어 오는 102번 버스로 옮겨탔다.
출퇴근 시간마냥 사람들이 꽉 차서 움직이질 못할지경이었다.
그 속에 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나의 머릿속은 바로전에 겪은 사고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 또 다른 사건이 벌어졌다.

술이 꽤나 취한 커플이었는데
맨앞자리에 여자가 남자를 무릎위에 앉히고 있었다.
(남자위에 여자가 아니라, 여자위에 남자가..-_-;)
둘이서 낄낄대며 몇마디 나누더니
남자가 급작스럽게 허리를 앞으로 숙이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꽉 들어차있던 그 자리에서 말이다.......
주룩주룩 참 많이도 게워내더라..=_=;;;

워낙 사람이 많이 차 있던 버스라 어디로 피할수도 없는 상황.
그 남자의 구토물이 사방으로 퍼지고
심지어 내 바지와 신발에도 묻었다.....;;;

그 상황에도 여자는 낄낄대고..
민망해서 도저히 안되겠는지 그 커플은 다음 정류소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 커플...
버스에서 그 진상을 부려놓고선
버스정류장 내리자마자 웃고 얘기하면서 둘이 껴앉더라.
그 모습을 보는데 진짜 둘다 뒷통수 한대씩 날리고 싶었다.

그 진상커플 덕에 버스사고 생각에서 헤어나오게 됐으니 고맙다고 해야하는건지 원...-_-;;


그저 버스 한대를 놓쳤을뿐인데,
난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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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후리자 2009/05/03 10:29 R X
백만년만에 왔더니... 블로그 다시 시작했네?
2월달에 올린보니 꼭 그런것만도 아니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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