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인한(진심이다) 판타지 영화 한편을 보았다.
어른들의 위한 판타지 영화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영화는 판타지가 아니다.
스페인 내전이 벌어지는 참담함 속에서 서있어야 했던 한 소녀의 비극적인 일기다.
결말에 대해서..상당히 김. 스포일러포함 (보기)
과연 오필리아가 본것은 환상이었을까, 진짜였을까.
개인적인 생각에선 잔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오필리아의 환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오필리아라는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했더니,
예전에 김치샐러드라는 유명한 블로거분이 올려두신 그림에 관한 포스트에서 읽은것이 생각났다.
다시 찾아 봤다. 그 포스트의 제목은 미친년 코드로 읽어보는 오필리어(클릭,해당포스트이동) 였다.
오필리아는 세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비극적인 인물이란다.
(햄릿을 읽지않은 무식쟁이라 그림만 생각했다는 사실..-ㅁ-;;;)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손에 잃고 미쳐버려 물속에 자살한 여인이다.
친 아버지를 잃어버린 영화속 주인공 오필리아와 어쩐지 닮아있다.
감독은 이미 여자주인공 이름에서부터 환상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는것이 아닐까.
다음은 오필리아의 세가지 미션.
판이 주는 세가지 임무를 잘 살펴보면 오필리아의 바램들이 투영된것을 알 수 있다.
첫째 미션은 병들어 가는 나무 밑에 두꺼비에게 열쇠를 빼오는 일.
나무는 두꺼비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고 마법의 돌을 먹이니 두꺼비는 사라지고 열쇠를 얻게된다.
병들어가는 나무는 오필리아의 엄마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필리아는 나무속, 즉 엄마의 몸속으로 들어가 병들게 만드는 것을 없애고픈 소망이었던 것이다.
둘째 미션은 손에 눈달린 괴물에게서 칼을 뺏어오는 일이다.
괴물이 있던 방의 그림을 보면 그동안 괴물은 그 칼로 아이들을 찔러 죽여온것을 알 수있다.
잔뜩 쌓여있는 아이들의 신발더미가 이를 다시한번 입증한다.
그런 괴물에에게서 아이를 죽이는 일의 유일한 무기이자 도구를 뺏어온다.
이것은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동생(어린아이)을
괴물이 괴롭히고 죽이려고 하고 있는것으로 인식한 것이 나타난것이라 생각한다.
이 또한 그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바램이 분출됐다고 여긴다.
그럼, 세번째 미션.
가장 순수한 피를 바치는 일, 즉 자기 동생의 제물로 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오필리아는 자기희생으로 동생을 살리고 진정한 임무를 완수하고 공주가 된다.
이는 오필리아가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마음이 반영된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밖에 환상이라고 암시하는 것들.
우선, 영화의 도입부에서 엄마와 마차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면,
오필리아가 나이에 걸맞지 않는 동화책을 많이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오필리아가 환상이나 몽상의 세계를 동경하고 현실을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에 오필리아가 동생을 데리고 미로로 도망쳐 판과 얘기하고 있을때,
새아버지는 허공에 혼자 말하고 있는 오필리아를 본다.
감독은 오필리아가 마법의 분필로 환상세계로 들어가고 나오는 모습은 보여주지만,
현실에서 새아버지 방으로 움직이는 장면은 직접 보여주지 않고 암시만 한다.
이는 환상에서 일어난 것이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하왕국 공주로 돌아간 오필리아가 바라본 왕비마마는 분명 그녀의 엄마 모습이었다.
이 역시나 그녀의 망상속에서 비롯됐음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이어지는 오필리아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
이는 처음부터 비극을 예고한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마지막 장면에서 지하공주가 된 오필리아 모습을 보여줬다가 다시 쓰러져 있는 현실의 오필
리아의 시선을 잡는다. 그리곤 오필리아가 숨을 거두며 살며시 웃음짓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정말 해피엔딩이었다면 오필리아의 피흘리며 웃는 모습이 아닌, 지하공주의 모습을 보여주
며 끝냈어야한다. 환상이 진실이었다면 오필리아가 죽어 영혼이 빠진 후에 지하세계로 갔을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영화는 오필리아의 영혼이 채 가시지도 않은채(완전히 숨을 거두기전에) 지하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는 오필리아를 보여주므로써 다시한번 모든것이 오필리아의 환상이었음을 암시한다. (오필리아 죽게되면 더 이상의 환상도 없기에...)
물론, 관객에 따라 해피엔딩의 결말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비극이 가져다 주는 작품의 깊이가 더 좋다.
암담하고 참혹한 현실에서 작은 소녀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자신의 환상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은 그녀에겐 즐거움이었다.
배급사에서 미쳐서 그랬을까.
이 영화를 가지고 왜 이런 마케팅을 했을까.
혹시나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을 떠올리며 극장을 찾는다면 낭패다.
(아이들에게 보여줬다간 필시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
이 영화는 15세이상 관람가가 아닌,
'19세이상 관람가' 여야만 했다.
(이 정도의 임팩트 강한 장면이 많다면 분명 15세는 아니란 말이닷!!!!
- 사실, 그런 장면마다 눈을 가려 정확히 어떤 장면인지 알수는 없지만..;;)
다시 한번 적지만,
이건 애들 영화가 아니다.
절대로! 절대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지마라.
참혹하기에, 그러기에 더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동화를 원한다면 보시길 바란다.
그러나 이런 동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 -ㅁ-;;
아, 영화보기전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 알고 보는것이 영화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듯하다.